1. 신용불량에 가까웠던 때
2010년에 유학생으로 일본에 건너갔는데, 생활하다보니 신용카드를 만들 일이 있었습니다. 하나는 편의점 Family Mart에서 제공하는 카드였고, 다른 한장은 일본의 대형은행인 미츠이스미토모 은행 구좌를 개설하면서 만든 카드였습니다. 2년간의 유학생활 동안 약 20만엔 정도를 연체 했습니다. 취직을 하고 월급을 막 받기 시작했던 2012년 9월 정도가 됐을 때 전부 변제할수 있었습니다.
당시 어렸던 저는 이것을 중하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돈을 다 갚으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신용불량, 다중신용불량 등의 보도가 있어도 실제로 찾아보지 않으면 그것이 어떤 영향이 있는지 알기 어렵습니다. 변제 한 후에도 약 5년간 신용카드를 만들지 못했습니다. 당시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가계를 돌릴까 궁리하던 시절이었는데, 신용카드가 제공하는 포인트 서비스등이 굉장히 매력적이었고 사용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신용카드 자체를 만들지 못하니 그림의 떡이었죠.
어쨋든 이러한 상황에 직면하고나서야 여러 모로 검색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떠한 문제를 안고 있을 때, 일단 문제의 객관적인 현황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죠. 그것이 해결의 첫 스탭입니다. 그래서 일본 신용정보기관에 내 신용정보는 어떤 상태인가를 확인해 보기로 하였습니다.
2. 일본의 신용정보기관은 3군데
신용으로 물건을 살때 신용카드로 사는 방법과, 신판(信販)회사를 이용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신용카드가 없어도 신판회사를 이용해서 분할납부를 할수 있게되는데, 이 신청이력과 변제 이력등이 월단위로 신용정보기관에 등록됩니다. 3군데의 신용정보기간은 그 특징과 관리하는 정보등이 약간씩 다릅니다.
1) JICC(指定信用情報機関 株式会社日本信用情報機構 지정신용정보기관 주식회사 일본신용정보기구)
-주요회원:소비자금융,신판회사
<정보등록기간>
-연체정보:5년
-채무정보:5년
-다중신청(多重申込):6개월(신용카드 신청기록입니다)
2) CIC(月賦販売法・貸金業法指定信用情報機関 월부판매법 대금업법지정신용정보기관)
-주요회원:신용카드회사,신판회사(은행과 소비자금융도 있다고함)
<정보등록기간>
-연체정보:5년
-채무정보:5년
-다중신청:6개월
3)JBA(一般社団法人 全国銀行協会 全国銀行個人信用情報センター 일반사단법인 전국은행협회 전국은행개인신용정보센터)
-주요회원:은행,은행계통 신용카드회사(농협이나 제2금융도 들어감)
<정보등록기간>
-연체정보:5년
-채무정보:5년
-다중신청:6개월
신용카드 월별 납부기록, 휴대폰 할부기록, 할부서비스 신청 기록등 다양한 정보들이 기록됩니다. 이런식으로 거의 기록정보가 5년이기때문에 연체를 정리하고 완전변제 한 시점부터 최소 5년은 지나야 연체정보가 사라져서 신용카드를 만들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도 5년 기다려서 겨우 만들었습니다. 가장 엄중한 곳은 JBA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일단 주요 회원들에 은행들이 들어가있습니다. 이곳은 각종 정보와 더불어 파산 정보도 관리한다고 해요. 파산의 경우엔 관리기관이 10년이라고 하니 신용회복하는데 최소 10년 걸리는 거네요.
이들 기관에서 정보를 뗄 때는, 직접 찾아가거나 인터넷이나 우편등으로 신청하면 됩니다. 대부분 영업시간이 10:00-16:00이기때문에 직장인은 연차를 안쓰면 불가능하지만 직접 조회하러 가면 그 자리에서 신용정보를 서류로 내준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단, JBA는 우편으로 밖에 신청이 안됩니다(2017년 당시). 홈페이지에 있는 신청서작성해서 돈을 같이 보내야하는데 현금은 우편으로 보낼수 없으니 우체국에가서 定額小為替証書(소액우편환)으로 보내야 했습니다.
3. 이모저모
개인정보는 이름, 생년월일, 주소등등으로 확인하게 되는데 주소바꾸는 정도로는 다른사람인 척 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것은 일본은 여성의 경우 결혼을 하면 성이 바뀌게 되는데 그 경우에는 다른사람처럼 처리가 되버려서 연체이력으로부터 5년이 안 지나도 신용카드가 발급되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제가 정보를 뗏던게 2017년정도였는데, 그때와 지금은 많이 바뀌어서 그런일이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이런 일본특유의 경우도 있었습니다.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마이넘버 제도(한국으로 치면 주민등록번호)가 실시되서 저런 경우는 이제 줄어들 것 같네요.
저는 전직에서 영업 업무 할때 고객들의 신판회사 서류작업을 도운적이 있는데, 그때 느낀건 신용정보를 블랙으로 만드는것은 당연 안되지만, 너무 화이트해도 안된다는 것이었어요. 어느정도 연령인데, 카드발급이력이나 할부이용이 아주 없는 것은 도리어 신용에 안좋을 수 있어요. 그러니, 적당히 빌리고 적당히 갚읍시다.
결론. 세상 편해짐
그런데, 이 시기에 세상이 많이 바뀌어서 사실 신용회복하는 기간동안 신용카드가 발급이 안될 뿐이었지 별로 불편한 것은 없었답니다. 2015년 정도부터 일본에서 데빗카드와 전자머니가 유행하기 시작했거든요. 데빗카드는 이른바 체크카드인데, 전자머니에 연결하면 신용카드와 사용방법은 동일해지고 데빗카드에 포인트 서비스를 연계시키는 곳도 많았으니까요. 더구나 데빗카드 쪽이 사실 가계에는 좋습니다. 결국에 신용카드는 다음달에 내가 쓸 돈을 앞당겨서 쓰는 느낌이라 카드를 폐지하고나서 그 다음달 까지는 돈을 내야하잖아요. 카드를 쓰는 첫달은 꼭 공짜돈 쓰는것 같구요. 그런 반면 데빗카드는 그런게 없으니까요. 딱 쓰는걸 중단하면 그 시점부터 안쓸수 있죠. 자그마한 차이지만 신용카드 쓸때는 항상 한달 사용금액정도의 적금이 있는 상태에서 써야지 하고 생각하게 됩니다. 어쨌든 한때는 신용불량 했지만 지금은 아주 깨끗해서 여러가지 제품을 할부로 사제끼고 있습니다.